
겨울철 필수템으로 불리는 앙고라 니트에는 슬픈 진실이 숨겨져 있다. 인간에게 털을 내주기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토끼의 희생이다.
앙고라 토끼는 털이 길고 복슬복슬하게 자라는 품종이다. 지난 2013년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가 공개한 영상에서 앙고라 토끼는 산 채로 묶여 무자비하게 털을 뽑힌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토끼는 이내 버젓이 속살을 드러내고 힘없이 주억거린다. 쥐어뜯긴 하얀 털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난다.
영상 속 중국 모피농장에서 학대 당하는 앙고라 토끼는 비좁은 우리에 갇혀 평생을 살면서 3개월에 한 번씩 생털을 뽑힌다. 평균 수명이 4~5년인 앙고라 토끼는 채 절반도 살지 못하고 평균 2년 이내 사망한다.

PETA가 해당 영상을 공개하고 앙고라 토끼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H&M, 구찌, 아르마니, 베르사체, 마이클 코어스 등 브랜드가 앙고라 토끼 털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많은 앙고라 제품이 시중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여전히 앙고라니트는 겨울철 패션피플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토끼털 코트, 모자, 목도리, 최근에는 키링까지 등장했다. 여기에는 수많은 앙고라 토끼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이외에도 가죽·모피·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는 의류는 무궁무진하다. 겨울철 필수품인 ‘롱패딩’ 한 벌에는 오리 20마리의 털이 들어간다. 토끼 코트 한 벌에는 30마리 토끼가 희생된다. 소비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잔혹사를 모르는 걸까 무관심한 걸까. 아니면 상관없는 걸까.
모순이나 무관심뿐만 아니라 무지도 학대의 한 갈래인 시대다. 인조 모피 제품의 판매량은 지난 2016년부터 30~40%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2010년대 중반부터 ‘착한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동물의 털을 이용한 옷감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건 패션’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딩 속 오리털 대신 초극세사로 만든 신슐레이트·프리마로프트·웰론 등 대체제가 등장했다. 얇은 두께로 가벼우면서도 두배이상 보온성을 갖춘 신소재다.
합성섬유 외에도 우유 살균 과정에서 나오는 단백질이나 오렌지 껍질, 파인애플 잎이나 껍질(피나텍스)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가 의류 제품을 구성한다. 이런 인조 모피를 에코 퍼(Eco Fur) 또는 비건 퍼(Vegan Fur)라고 부른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인조모피를 문의하는 젊은 고객이 늘면서 관련 브랜드와 상품 매출이 증가세라고 밝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책임 있는 소비’를 지향하면서 ‘가치 있는 가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