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단백질은 콩과 두부뿐만 아니라 현미와 잡곡, 견과류에 풍부하다. 철분은 콩과 잡곡, 녹황색 채소에 많다. 건강에 유익한 균형 잡힌 채식을 하려면, 현미밥 등 잡곡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잡곡의 특징을 알아보면 그에 맞춰 다양한 맛과 영양을 지닌 밥을 지을 수 있다.
◆ 기본 곡식
멥쌀은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쌀이다. 도정 과정에서 왕겨와 쌀겨, 씨눈을 완전히 제거한 10분도 쌀을 뜻하는데 소화가 잘되고 구수하다.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다만 정미된 직후부터 맛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정미일자를 확인해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씻어서 물에 30분간 불렸다가 밥을 지으면 되는데 오래 묵은 쌀은 1시간 불리는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잡곡 현미는 왕겨만 벗기고 쌀겨와 배아를 깎지 않은 1분도 쌀을 말한다. 식이섬유와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고소하고 식감도 꼬들꼬들한 편이다. 대신 물에 충분히 불리지 않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발아현미는 현미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운 것으로 일반 현미보다 식이섬유와 효소가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현미는 물에 반나절 담가 불린 뒤 밥을 짓는다.
찹쌀로 밥을 지으면 끈기와 윤기를 더해준다. 밥을 질게 지을 수 있어 소화가 안 될 때 먹어도 좋다. 한 시간 물에 담가 불린 뒤 밥을 짓는다.
◆ 식이섬유와 비타민 풍부한 잡곡
찹쌀처럼 찰기가 있으면서도 식감이 꼬들꼬들한 잡곡에는 흑미가 있다. 구수한 맛이 특징으로 도정을 적게 해 쌀알이 다소 단단하다. 항산화와 항암, 항염 효과가 뛰어난 안토시아닌이 검은콩보다 4배 이상 들어있다. 그밖에 비타민B군과 철, 아연, 셀레늄 등이 멥쌀의 5배 이상 함유됐다. 밥을 지을 때는 쌀과 함께 씻어서 불리면 된다. 다만 흑미를 많이 넣으면 검은색 된밥이 되니 유의한다.
이은혜 요리연구가에 따르면 ‘홍미’ 또는 ‘붉은 쌀’로 불리는 적미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타닌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항산화 성분 카테킨이 들어있어 임금님께 진상했다고도 전해진다. 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생각해서 섭취하면 좋다. 이은혜 요리연구가는 “적미는 쌀과 함께 씻어서 물에 불리면 된다. 흑미와는 달리 밥이 온통 붉게 변하지 않는다. 군데군데 붉은 쌀이 섞여있어 오히려 보기에 예쁘고 식욕을 돋운다”고 설명했다.
도정을 적게 한 겉보리는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배변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몸의 열기를 내려준다. 여름에 어울리는 잡곡으로 알이 통통하고 동그스름하며 광택이 있는 것으로 고르면 맛있다. 여름에 자주 먹는 꽁보리밥은 겉보리 대신 찰보리로 지어야 소화가 잘 된다. 보리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검은색 보리는 다른 보리에 비해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하다. 흑미보다는 색깔이 옅은 편으로 갈색에 가깝다. 겉보리와 검은보리 모두 물에 불린 뒤 삶아서 밥을 지어야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노란색을 띠고 고소한 맛이 나는 기장은 나이아신 함량이 높아 비타민 결핍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알갱이가 작고 단단하며 맛이 쌉싸래한 편으로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가 떫은맛을 빼고 씻는 것이 좋다. 멥쌀과 팥을 섞어 밥을 지으면 기장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잘 어울린다.
윤기가 도는 붉은색 팥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영양소가 풍부하다. 찬물에 넣고 삶은 뒤 우르르 끓이고 다시 물을 넣어 삶아서 한소끔 끓인 뒤 밥을 지어야 한다. 이은혜 씨는 “특히 팥 삶은 물로 지은 팥물밥은 귀하고 정성스럽게 지었다는 이유로 수라상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팥 건더기는 없지만 달큼한 향과 부드러운 맛 덕분에 어린아이들도 잘 먹는다. 삶은 팥은 밥을 지어도 좋지만 설탕을 약간 넣고 달콤하게 조리면 디저트로 일품이다”라고 설명했다.
◆ 단백질 풍부한 잡곡
타임지에서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 포함되며 주목받은 귀리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섬유질이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 함량은 쌀의 2배 정도 많으며 필수 아미노산과 칼슘도 풍부해 성장 발육에도 좋다. 칼로리는 낮아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귀리는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며 밥물은 1.3배 정도로 잡는다. 귀리를 볶아 납작하게 만든 오트밀은 따뜻한 물이나 우유에 섞어 먹으면 고소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따르면 율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아 콩과 함께 섭취하면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비타민B1, B2, 철분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돕고 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루테인이 함유됐다. 그밖에 알라닌, 류신, 글루탐산, 프롤린 등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물에 3~4시간 충분히 불려 밥을 짓되 밥물은 1.5배로 잡는다.
단백질이 풍부한 잡곡에는 서리태를 비롯한 콩류가 있다. 서리태에는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 이소플라본도 풍부하게 함유됐다. 물에 1~2시간 정도 불려 밥을 짓거나 발효해서 청국장으로 먹을 수 있다.
‘쥐눈이콩’, ‘약콩’으로도 불리는 서목태는 서리태보다 알맹이는 작지만, 영양소가 풍부하다. 탄수화물(41.2%), 단백질(38.9%), 지질(6.9%) 등 단백질은 물론 식이섬유와 비타민도 풍부하다. 피부 관리에 효과적인 비타민 E와 야맹증 개선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A가 다량 함유돼 있다.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렸던 녹두는 단백질과 칼슘 함량이 높다. 그밖에 류신, 라이신 등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몸을 차갑게 하는 성질이 있으며 혈압을 낮춰준다. 알이 단단해 물에 8시간 불려 껍질을 제거한 뒤 삶아서 녹두전을 부치거나 밥을 지어야 한다.
◆ 맛있게 잡곡밥 짓는 법
팥물밥 : 찹쌀 1컵과 팥 삶은 물 1컵(팥 1 : 물 4)을 준비한다. 찹쌀은 씻은 다음 깨끗한 물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리고 찬물에서부터 넣고 삶아 우르르 끓어 붉은 물이 우러나오면 첫 물은 버린다. 삶은 팥을 찬물에 넣고 다시 삶아 한소끔 끓으면 팥물만 받는다. 냄비에 찹쌀을 넣고 동량의 팥 삶은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팥밥 : 멥쌀과 팥을 8:2 비율로, 팥 삶은 물을 곡식과 동량(팥 1 : 물 4)으로 준비한다. 멥쌀은 깨끗이 씻어 체를 받쳐 물기를 빼고 30분 정도 불린다. 팥은 찬물에 넣고 삶아 우르르 끓으면 첫 물은 버리고 다시 물 2컵을 넣고 삶아 한소끔 끓여 팥물만 따로 놔둔다. 냄비에 멥쌀과 삶은 팥, 동량의 팥 삶은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혼합잡곡밥 : 멥쌀 6: 발아현미 2: 흑미 1: 수수 1: 검은콩 1 : 팥 1 비율로 준비한다. 수수는 손으로 비벼 깨끗이 씻은 후 물에 담가 하루 동안 불리고 팥은 찬물에 넣고 삶아 우르르 끓인 뒤 물은 버린다. 검은콩은 씻어서 깨끗한 물에 담가 1시간 불리고 멥쌀과 발아현미, 흑미는 깨끗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30분간 불린다.
밥 지을 물을 곡식의 1.1배로 준비하고 소금을 약간 푼다. 냄비에 모든 곡식과 콩을 섞어서 넣고 소금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소금을 약간 넣으면 잡곡에 간이 배어 구수한 맛이 더욱 좋아지고 밥이 쉽게 상하는 것도 막아준다.
수수밥 : 현미와 수수를 1:1로 준비한다. 수수는 손으로 비벼 여러 번 깨끗이 씻은 후 물에 담가 하루 동안 불리고 현미는 깨끗이 씻어서 물에 5시간 불린다. 냄비에 수수와 현미를 섞어 넣고 동량의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수수를 불린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밥물로 사용하면 맛이 더욱 구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