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원두를 재배할 수 있는 농경지가 줄어들어 커피를 마시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충격을 자아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자선단체 크리스찬에이드(Christian Aid)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2도가 오를 경우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토지가 현재의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커피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 가뭄, 산사태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 글로벌 커피 산업이 축소되고 재배 농가의 빈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영국의 주요 커피 수입 국가인 브라질과 베트남 두 나라는 이미 극심한 기상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은 때아닌 폭염으로 44.1도를 기록했으며 브라질 역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급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작물로 연중 기온과 강수량이 일정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커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나무에 치명적인 커피 녹병 등 질병도 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온두라스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야디라 레무스(Yadira Lemus)는 “전에는 언제가 여름이고 언제가 겨울인지, 언제 커피를 심을 수 있을지 말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해마다 기후가 바뀌면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에 전처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커피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과거의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3월 ‘PLOS climate 저널’에 발표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연구는 1980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커피 생산을 많이 하는 12개 나라의 온도, 강우량, 습도 등의 기후 요인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크리스찬에이드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도 이상 지구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약속한 파리 협약을 ‘적당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커피 산업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등 선진국 정부가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 커피 농가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찬에이드 에티오피아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타 테카리네(Yitna Tekaligne)는 “서방 채권자들이 전 세계 최빈국들의 채무를 탕감하도록 힘을 쓰고 기후 위기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데 필수적인 재원을 대는 것부터 시작해 영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테일러(David Taylor) 공정무역 재단(Fairtrade Foundation) 선임 정책 관리자는 “크리스천 에이드의 이 시기적절한 보고서는 공정무역 커피 농부들이 한동안 우리에게 말해온 것을 강조한다. 농업 공동체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해결할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너무 많은 소규모 커피 농부들, 특히 공정무역이 제공하는 재정적 보호가 없는 사람들은 생산물에 대해 받는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 이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