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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유리병 속 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보다 최대 50배 많았다

병뚜껑 페인트에서 유래한 입자 다수 확인
프랑스 연구진 “유리병이 항상 더 안전하지는 않아”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유리병에 담긴 음료가 플라스틱 용기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랫동안 유리병은 환경친화적이고 화학물질 유출이 적다는 이유로 ‘더 깨끗하고 안전한 포장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러한 통념에 균열을 낸다. 유리병이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경로일 수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병뚜껑의 페인트 코팅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산하 연구진은 생수, 콜라, 레모네이드, 아이스티, 맥주, 와인 등 프랑스 내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음료 제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리병 음료에서는 리터당 평균 1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반면 플라스틱병과 캔 음료는 2개에서 30개 수준에 그쳤다. 일부 소형 유리병 맥주는 최대 133.7개의 입자가 검출되며 오염 수준이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연구원 이젤린 셰브(Iseline Chaib)는 “정반대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에 놀라웠다”며 “유리병이 항상 더 깨끗한 선택은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오염의 주범으로 유리병 병뚜껑에 칠해진 페인트를 지목했다.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FTIR)을 통해 음료 내 미세입자의 색상과 고분자 구조를 분석한 결과, 병뚜껑 코팅과 동일한 특성을 지닌 입자가 다수 검출됐다.

 

특히 병뚜껑은 보관 중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긁힘과 마찰을 통해 페인트가 벗겨지며, 이 조각들이 밀봉된 음료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세척되지 않은 새 병뚜껑으로 생수를 밀봉했을 때, 리터당 28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반면 뚜껑을 공기 분사로 털어내거나, 물과 에탄올로 세척한 뒤 밀봉했을 경우, 각각 105개, 86개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단순한 세척만으로 약 70% 이상의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음료 종류별로는 맥주와 레모네이드, 콜라, 아이스티 등 탄산류에서 유리병 오염도가 특히 높았다. 레모네이드는 유리병에서 리터당 111.6개, 플라스틱병에서는 1.5개였으며, 콜라는 각각 103.4개와 2.1개, 아이스티는 86.3개와 2.2개로 나타났다. 반면 와인의 경우 대부분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리병임에도 오염 수준이 낮았다. 생수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으나, 여전히 유리병(4.5개)이 플라스틱병(1.6개)보다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주성분이 폴리에스터라는 점도 밝혀냈다. 이는 병뚜껑의 페인트 성분과 일치하며, 입자 대부분은 30~5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조각 형태였다. 연구진은 “현재 식품이나 음료에서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독성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건강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는 유해 여부를 판단할 근거 없이 음료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환경 및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유리병을 맹목적으로 '친환경'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유리는 재활용성과 화학적 안정성 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병뚜껑에서 기인한 입자 오염 가능성은 간과돼 왔다. 이는 단순히 포장재의 재질이 아닌, 전체 구성요소—병, 마개, 코팅 등—를 통합적으로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바와 같이, 병뚜껑을 공기 분사나 물·에탄올로 세척하는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미세플라스틱 유입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조업체가 생산 단계에서 이 같은 공정을 도입한다면 소비자는 보다 안전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또한 규제 당국은 병뚜껑 코팅에 사용되는 재료와 접착 강도, 마찰 발생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명확한 안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식품 조성 및 분석 저널(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에 게재됐으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수행된 미세플라스틱 포장재별 비교 연구다. 결과적으로 '더 나은 포장'에 대한 기준은 단순한 재질 선택이 아닌, 과학적 검증과 세밀한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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