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정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잠자기 전 ‘우유 한 잔’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주목받고 있다. 우유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여러 영양소가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외신 보도에서는 “유제품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혼란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도출된 결과들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오류가 존재할 수 있고 해외 연구자료를 국내에 그대로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국내외 다수의 연구 결과는 우유가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영양학 학술지 Advances in Nutritio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유는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트립토판’, 마그네슘, 아연 등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 중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서 직접 만들어낼 수 없는 성분으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쉽게 말해, 외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몸이 부족함을 채울 수 없는 물질이다. 트립토판은 우리 뇌에서 기분을 안정시키는 호르몬 ‘세로토닌’과,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두 호르몬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고 긴장을 풀어주어,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환경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우유에는 이 트립토판뿐 아니라, 그 작용을 도와주는 마그네슘, 아연 같은 미네랄도 함께 들어 있다. 이런 다양한 성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작용하기 때문에, 우유는 단순한 영양소 하나보다 복합적으로 수면을 돕는 균형 잡힌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우유 속 단백질 중 하나인 α-락트알부민(alpha-lactalbumin) 이 풍부한 제품을 섭취한 경우, 실제로 잠드는 시간이 단축되고 깊은 수면이 늘어났다는 임상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도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안 중 하나로 우유 섭취를 추천했다.

하정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우유는 단백질, 칼슘, 무기질, 비타민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라며 “그 중에서도 트립토판이 풍부해 숙면에 필요한 멜라토닌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침 30분~1시간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습관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한 잠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역시 “우유에 함유된 칼슘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해 수면 유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수면센터가 진행한 뇌파 비교 실험에서도, 우유를 마신 날에는 뇌파가 더 안정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유가 실제 수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과학적 근거로 해석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연구들을 토대로, 여름철 숙면을 위한 식생활 수칙 중 하나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잠들기 전 과식이나 자극적인 야식보다는,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우유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