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극심한 통증이나 손상으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먼저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치의학계에서는 자연치아 보존을 우선하는 진료 철학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치료 결과뿐 아니라 환자의 장기적인 구강 건강과 삶의 질까지 고려한 접근 방식이다.
자연치아는 한 번 손실되면 되돌릴 수 없는 조직으로, 아무리 정교한 인공치아로 대체하더라도 본래 치아가 지닌 감각과 기능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자연치아는 음식물을 씹는 기능 외에도 턱뼈 자극을 통한 골 손실 예방, 인접 치아와의 조화, 발음, 심미적 기능 등 다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손상된 치아를 곧바로 발치하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존하는 진료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자연치아 보존 치료는 단순한 충치 치료를 넘어, 근관치료(신경치료), 치주치료, 보존 수복 치료 등 복합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치아 내부 감염을 제거하고 구조를 유지하는 근관치료는 그 핵심이다. 과거에는 치수에 염증이 퍼진 경우 대부분 발치를 선택했으나, 최근에는 정밀한 근관치료를 통해 치아 내부를 청결하게 처리하고 밀폐함으로써 치아를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근관치료의 성공 여부는 시술 장비의 정밀도와 시술자의 숙련도, 치료 후 관리에 달려 있어, 정교한 진단과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과 뼈 상태 역시 중요한 변수다.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내부 치료가 잘 이뤄졌더라도 치아의 장기 보존이 어려울 수 있어, 정기적인 치석 제거, 잇몸 세정, 필요한 경우 수술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치주 관리가 필수적이다.
자연치아 보존 중심의 진료 철학은 기술적 요소를 넘어, 환자의 불안 해소와 정서적 안정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치료 이력과 현재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고, 반복적인 설명과 상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
잠실 미앤미치과 민효기·민경휘 원장은 8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살릴 수 있는 치아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연치아는 기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대체가 어려운 만큼,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가며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발치와 임플란트 시술이 일반화된 시대 속에서, 자연치아를 끝까지 살리려는 진료 철학은 치과 치료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이는 단기적 편의보다 장기적인 건강을 중시하는 접근이자, 환자 중심 의료 실현의 핵심 방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