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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대기 CO2 상승, 해충 번식 본능 교란…농업 피해 양상 변화 가능성

중국 연구팀, 고농도 CO2 환경서 산란지 선택 능력 약화 확인…기후변화로 곤충 감각 체계 흔들려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가 빙하와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곤충의 생존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 상승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농업 해충 목화바구미나방(Helicoverpa armigera)의 산란지 선택 능력을 교란해 번식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농업 피해 양상이 바뀌고, 생태계 균형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농업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국가과학평론(National Science Review)’에 발표한 논문에서, 목화바구미나방 암컷이 산란지를 고를 때 CO2를 중요한 신호로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린 목화 잎은 성숙한 잎보다 약 200ppm 더 많은 CO2를 방출하는데, 이는 유충 생존에 유리한 영양 조건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반자연 상태 실험에서 암컷이 주로 어린 잎에 알을 낳고, 이곳에서 자란 유충이 생존율과 성장률 모두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CO2 농도를 높인 환경에서 나방의 행동은 달라졌다. 정상 조건에서는 뚜렷하게 어린 잎을 선호하던 암컷이 고농도 CO2에서는 이런 선택성을 잃고, 오히려 영양가가 떨어지는 성숙 잎에 더 많은 알을 낳았다. 연구진은 이를 “GPS의 핵심 신호가 혼선된 상황”에 비유하며, 산란지 선택 오류가 개체군 감소나 피해 양상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화바구미나방은 HarmGR1, HarmGR2, HarmGR3 세 가지 미각 수용체 유전자를 통해 CO2를 감지하며, 이는 곤충 입 끝의 순촉에 위치한 감각기관에서 발현된다. 다른 곤충이 보통 두 개의 CO2 수용체만 쓰는 것과 달리, 이 종은 세 개 모두 필요하다. 연구팀이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로 각 수용체를 제거하자 CO2 감지 능력이 완전히 사라졌고, 산란지도 무작위로 바뀌었다. 다만 CO2 감지가 불가능해도 일부 나방은 여전히 어린 잎에 약간 더 많이 산란해, 냄새나 촉각 등 다른 감각 신호가 보조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목화바구미나방은 200종 이상의 식물을 가해하며 전 세계 농업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CO2 신호 교란이 번식률 저하로 이어질 경우 피해가 줄 수도 있지만, 해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분포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고농도 CO2 환경에서 식물의 화학 성분이 변하면, 해충뿐 아니라 천적과 꽃가루 매개 곤충까지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발견이 해충 방제 전략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본다. CO2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RNA 간섭(RNAi) 기술을 활용하면, 나방이 부적절한 장소에 산란하게 만들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화학 농약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선택성이 높지만, 비표적 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기후변화가 곤충의 서식 범위나 번식 시기뿐 아니라 ‘감각 체계’ 자체를 교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대기 CO2가 산업혁명 이전 278ppm에서 현재 약 420ppm으로 치솟았고, 2100년에는 1000ppm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곤충이 진화 과정에서 의지해온 환경 신호가 더 이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농업 현장에서 이런 감각 변화에 대한 이해는 미래 해충 피해 예측과 대응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목화바구미나방의 CO2 ‘나침반’이 흐트러진다면 일부 피해는 줄 수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농작물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촉발하는 이런 보이지 않는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농업과 생태계 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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