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국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별 식생활 지침이 기후 위기와 국민 건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동물성 식품 위주의 현행 지침을 식물성 대안과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프로베지 인터내셔널(ProVeg International)이 최근 발표해 영양학회지(Proceedings of the Nutrition Society)에 실린 이번 연구는 100개국의 식생활 지침을 분석한 결과, 다수 국가가 여전히 육류·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안나 레나 클라프 연구책임자는 “식물성 식단의 중요성이 과학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지침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안내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토지 사용, 수자원 고갈 등 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강조했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일부 암 발병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국가 차원의 식생활 지침이 육류 섭취 절제와 식물성 대안 권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침의 가장 큰 문제는 포용성 부족으로 꼽힌다. 연구는 상당수 국가가 단백질, 칼슘, 철분 등 핵심 영양소의 공급원으로 동물성 식품만을 명시하고 있으며, 식물성 대안에 대한 언급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건강·윤리·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수많은 인구를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관계자는 “단백질군에서 주로 동물성 식품을 권장하고, 우유와 유제품을 별도 식품군으로 제시하면서도 대체 가능한 식물성 식품은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식습관을 포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측은 “식물성 단백질을 포함한 식품군 확대, 동물성 식품 섭취 제한 지침, 균형 잡힌 식물성 식단 설계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요인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저소득 지역에서는 육류나 유제품 가격이 높아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식물성 식단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지침이 식물성 대안을 포함할 경우, 보다 많은 인구가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연구진은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에티오피아, 이스라엘처럼 채식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동물성 식품 없이도 균형 잡힌 영양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연구는 또 국가 식생활 지침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비전염성 질환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만과 심혈관 질환 등은 잘못된 식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과학적으로 설계된 식물성 식단은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이 없다면 개인이 식물성 식단을 따르는 과정에서 영양 불균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연구진은 단백질, 철분, 칼슘, 비타민 B12 등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서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개인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과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COP30을 앞두고 연구진은 각국 정부에 식생활 지침 개편을 강력히 촉구했다. 식물성 식단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권고는 배출 감축과 건강 증진, 식량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식품 체계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