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국 성인 대다수가 학교 급식에서 식물성 식단과 비유제품 음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회’(PCRM)와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비건 급식과 두유 등 비유제품 음료 제공에 찬성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선택권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PCRM 소속 영양학자 스테파니 맥버넷은 “전국 학교가 ‘전국 학교 급식 주간’을 맞아 건강한 급식의 중요성을 알릴 시점”이라며 “학생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물성 식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식물성 급식이 일반 급식보다 섬유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RM이 워싱턴D.C.의 한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에서는 식물성 메뉴가 일반 급식보다 섬유질 함량이 3배 높고 지방과 포화지방, 콜레스테롤이 적은 반면, 철분과 비타민A·C 등 영양소는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에서는 렌틸콩과 강낭콩을 활용한 ‘파워드 업 파스타’와 ‘베지 아웃 칠리’ 같은 메뉴가 제공됐다. 이는 최근 미국 식이지침자문위원회가 콩류 섭취 확대를 권장한 흐름과도 일치한다.
미국 아동과 청소년의 약 20%, 즉 1470만 명이 비만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맥버넷은 과일, 채소, 곡물, 콩류, 강화 두유 등만으로도 성장기 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류, 채소, 견과류 등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며 비건 식단을 따르는 사람 대부분은 단백질 권장량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PCRM은 학교 비건 급식 확대를 위해 연방 의회에 상정된 ‘건강한 미래의 학생과 지구 시범사업법’을 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학교에 식물성 메뉴 제공과 비유제품 음료 선택권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을 포함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부모가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만 두유 같은 대체 음료를 제공할 수 있어, 유당불내증 비율이 높은 유색인종 가정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국에서도 학교급식에 채식 메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 초·중·고 76곳에 ‘그린급식 바’를 설치해 학생들이 샐러드 등 채식 요리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채식의 날’을 월 1회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충청남도교육청은 월 2회 이상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저탄소 초록급식’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을 높이고 채식·육식 비율을 8대2로 조정하는 ‘기후급식’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학교급식법에는 채식 선택권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전국적으로 의무화된 제도는 아니다. 국회에서는 ‘비건채식공공화법’ 등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영양 균형·조리 인력·식재료 수급 등 현실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건강과 환경을 함께 고려한 지속가능 급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식물성 식단은 건강한 성장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