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난화를 빠르게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글로벌 메탄 예산(Global Methane Budge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인위적인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체로, 최근 대기 중 농도가 관측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해 2024년 1월 기준 대기 중 메탄 농도가 1931ppb(10억분의 1)로, 산업화 이전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빠르게 상승하는 메탄 농도가 우려스럽지만, 동시에 메탄 감축이 이산화탄소 감축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적인 기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적외선을 더 잘 흡수하고, 대기 중 체류 기간이 약 10년에 불과해 배출을 줄일 경우 단기간 내에 온난화를 눈에 띄게 늦출 수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세르지오 노체 이탈리아 CMCC 재단 연구원은 “메탄은 2010년대 지구 평균기온 상승분의 약 0.5도에 기여했으며, 이는 이산화탄소 기인 온난화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높은 가운데, 메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중장기적 기후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 메탄 배출의 약 3분의 2는 화석연료 사용, 가축 사육, 벼농사, 폐기물 처리 등 인간 활동에서 비롯되며, 나머지는 습지, 산불, 영구동토 해빙, 곤충 등 자연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노체 연구원은 자연 유래 배출 중 흰개미가 작지만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한다며, “흰개미는 몸집은 작지만 생애 활동을 통해 상당량의 메탄을 배출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에 참여하는 약 70명의 과학자가 위성자료, 대기 측정, 지상 자료, 공정 모델 등을 결합해 공동 작성했으며, 정책결정자와 과학자들이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기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MethaneSAT, CarbonMapper 등 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송유관, 매립지, 시추 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누출 지점을 빠르게 차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초기 분석에 따르면 전체 인위적 메탄 배출의 상당 비중이 소수의 대형 시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기술만으로도 석유·가스 부문에서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최대 70%를 줄일 수 있으며, 포집한 메탄을 수익성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메탄 감축은 온난화 방지 효과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도 높아 기후 대응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메탄은 대기 중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배출을 줄일 경우 10년 안에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메탄 감축은 장기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전략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COP26 회의에서 출범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은 2030년까지 인간 유발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배출 예산과 실시간 위성 감시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진은 다만, 습지의 기후 변화 반응, 영구동토 해빙에 따른 배출량 규모, 자연적 흡수원의 탄력성 등 일부 자연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현장조사와 정교한 시뮬레이션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메탄 배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해법도 존재한다”며 “정확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누출 차단, 농축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통해 단기적인 온난화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이산화탄소 넷제로라는 장기적 과제를 준비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어스 시스템 사이언스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