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 중립을 위한 계획에 식물성 식단으로의 전환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된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교의 연구는 2050년까지 유럽연합 내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EGU)이 실질적인 식물성 식단으로의 전환을 채택하지 않을 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그린딜(EGU)는 유럽 연합이 발표한 친환경 신성장 전략으로 유럽연합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 환경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모든 정책 분야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딜의 주요 조치로는 재산림화 노력과 유기 농업 확대로 생물다양성과 탄소 제거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이니셔티브가 유럽연합 내에서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가용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됨에 따라 생산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유럽연합 외 국가에서 삼림 벌채와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다.
특히 연구지는 탄소 제거를 위한 유럽 그린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유럽연합 외부의 농경지에 대한 수요가 2390만 헥타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CO2에 상응하는 배출량이 758.9 메가톤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토지 이용 변화는 또한 생물다양성 손실에 기여해 평균 종 풍부도가 386만 마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클라우스 후바체크(Klaus Hubacek) 그로닝겐 대학교 과학 기술 사회학부 교수는 그린딜에 삼림 벌채와 관련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대체된 농업 생산의 환경적 결과를 완전히 방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기존 농지에서 유럽을 위한 제품을 재배하는 동시에 지역 시장을 위해 삼림을 벌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에 그린딜의 현재 프레임워크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 내에서 제거된 탄소량에 비해 유럽연합국 이외의 국가로 아웃소싱된 탄소 배출량이 244.8%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연구진은 식단 변화가 기후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전했다. 특히 행성 건강 식단(planetary diet)으로 전환할 시 그린딜의 환경적 파급 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행성 건강 식단이란 EAT-Lancet 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유연주의 식단으로 붉은 고기를 대폭 줄이고, 채소, 과일, 콩과 같은 식물성 식품을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이 전 세계 토지 이용 압력이 감소해 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후바체크 교수는 “우리 연구의 결과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면 유럽연합의 수입 농산물, 특히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와 같은 지역의 삼림 벌채의 주요 원인인 가축 사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시사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연구진은 현재 그린딜 정책이 기술적 낙관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진정한 진전을 위해서는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