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채소와 과일, 곡물 위주의 식습관이 잇몸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식단과 치주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이들이 붉은 고기를 주로 섭취한 사람들보다 잇몸 질환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식단이 염증 반응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식물성 식품은 염증을 줄이는 반면, 붉은 고기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치주염으로 불리는 잇몸 질환은 성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구강 질환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잇몸 염증이나 감염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통증, 구취, 출혈과 같은 불편한 증상이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철저한 구강 위생 관리가 예방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식습관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치과병원을 찾은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 곡물 등 식물성 식품을 주로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한 사람들이 잇몸 질환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은 그룹은 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주세페 마이나스 박사후 연구원은 “치주 질환의 중증도와 식단, 염증 반응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의 치료 평가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음식 섭취와 구강 질환 간의 관계를 더 깊이 밝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중해식 식단은 잇몸 건강 외에도 다양한 건강 효과와 연결된다. 앞서 진행된 여러 연구는 이 식단이 알츠하이머병, 제2형 당뇨병, 심장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기부전, 요로 감염 등 생활 전반의 건강 문제와도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암 사망 위험을 최대 28%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효과가 식물성 식품 속에 풍부한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항염증 성분, 식이섬유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킹스칼리지 런던 치주학과 루이지 니발리 교수는 “영양 밀도가 높고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은 국민의 잇몸 건강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식단이 구강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치주 질환은 단순한 구강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식습관이 구강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서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이 건강한 생활을 위한 핵심 열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