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 박생광(1904~1985)의 1967년작 ‘모란도(牡丹圖)’가 출품됐다. 비단 위에 수묵과 채색으로 그려진 두 폭 병풍 형식의 이 작품은 전통적 소재인 모란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채색화로, 박생광의 중기 회화 세계를 대표한다.
박생광은 민화, 탱화, 단청 등 한국 전통의 조형미와 색채를 통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다. 청년 시절부터 70대 중반까지 모란, 나비, 달, 새 등 한국적 소재를 즐겨 다뤘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무속을 주제로 삼아 한국적 정신성과 정체성을 탐구했다.
190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21세부터 41세까지 일본에서 유학하며 일본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해방 이후 ‘왜색화가’라는 비판을 딛고 전통문화의 근원에서 새로운 한국화를 구축하려는 실험적 노력을 이어갔다.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일본 체류를 마친 뒤 귀국해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며 명성을 확립했다.
1980년대 초, 박생광은 민화·불화·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전통적 이미지를 화폭에 담으며 오방색을 활용한 강렬한 색채와 수묵·채색을 결합한 독창적 기법으로 한국 화단에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굿판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얻은 생생한 감각을 작품으로 구현했고, 이 시기의 회화는 그의 예술적 절정기로 평가된다. 2019년 대구미술관은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한 바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모란도’는 그가 무속적 상징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 전통 회화의 미감과 색채 실험이 교차하는 시기의 대표작이다. 왼쪽 화면에는 진홍색 모란이 만개해 강렬한 시각적 긴장을 형성하고, 오른쪽 화면에는 백모란이 은은한 조화를 이루며 절제된 미감을 전한다. 먹의 농담과 채색의 명암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조형 감각이 돋보인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이 작품의 추정가는 400만 원에서 800만 원, 시작가는 400만 원이며 현재가는 400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매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순차적으로 마감될 예정이다.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는 박생광의 ‘모란도’ 외에도 산정 서세옥, 의재 허백련, 운보 김기창, 청전 이상범, 이당 김은호 등 근현대 한국화 거장들의 작품이 함께 출품됐다. 이외에도 남농 허건, 월전 장우성, 유산 민경갑, 백련 지운영, 청강 김영기 등 한국화 거장들의 작품이 함께 출품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화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