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따뜻하고 포근한 모피 코트’, ‘대대손손 물려줄 만큼 튼튼한 가죽 핸드백’ 탐나는 패션 아이템에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바로 동물의 희생이다.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 핸드백을 만들고 산채로 털을 벗겨 모피로 만드는 등 반짝이는 패션 산업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된다. 이러한 패션 업계의 민낯을 밝힌 다큐멘터리가 제작된다. 바로 ‘SLAY’다. ‘살해하다’라는 뜻의 ‘SLAY’는 말 그대로 가죽, 모피 및 양모 산업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를 폭로한다. 육식에 대한 실체를 폭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Cowspiracy(카우스피라시)’와 ‘What the Health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의 프로듀서 키건 쿤(Keegan Kuhn)이 제작한 ‘SLAY’는 영화감독인 레베카 카펠리(Rebecca Cappelli)가 동물 가죽 거래를 조사하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과정을 따라 진행된다. 카펠리는 호주, 중국, 인도, 유럽, 미국, 브라질을 여행하며 가죽 제혁소, 모피 농장, 양모 농장 및 가죽 가공업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들은 내부 독점 영상 등을 확보했으며 제작진, 사진기사, 영화 제작자와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원격 촬영을 진행했다. 지난 6일 공개된 예고편에서 카펠리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패션 업계에서 동물의 가죽을 어떻게 다루는지 조사했다”며 “패션 업계는 지구와 사람, 그리고 동물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모피를 퇴출하고, 동물 가죽이 아닌 비건 가죽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패션업계는 완전한 크루얼티 프리와는 거리가 멀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매년 약 25억 마리의 동물이 패션을 위해 도살되고 그러한 가죽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무려 14억 명에 달한다. 영화는 이러한 가죽 산업을 매우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그린워싱, 잘못된 라벨링, 동물 학대 및 은폐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을 향한 길을 제시하면서 오늘날 패션 산업의 현실에 대한 깊이 있고 눈을 뗄 수 없는 화면으로 제시한다. 감독은 이번 영화가 "패션 업계와 패션 소비자들을 뒤흔들 주제에 대한 최초의 다큐멘터리이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며 "앞서 발표된 Cowspiracy 및 What Health와 같은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SLAY를 통해 패션산업이 변화하고 주류 소비자에게 사실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의 제작자인 키건 쿤은 “‘SLAY’는 패션의 더러운 비밀의 녹색화에 관한 매우 중요하고 시기적절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SLAY’는 크라우드 펀딩인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제작과 홍보에 필요한 금액을 마련했으며 현재 목표 금액의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영화는 보다 많은 이들이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영화 자막을 제공하며 현재 제작의 마무리 단계로 2022년 안에 개봉할 예정이다.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중심으로 동네 빵집을 소개하는 이른바 ‘동네빵집_챌린지’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SPC그룹과 매장에 파견된 제빵사들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어난 단식 투쟁에 대한 연대를 표하고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챌린지다. 지난 9일 첫 시작된 챌린지는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동네 빵집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동네빵집_챌린지’라는 태그를 달아 트위터에 개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동네빵집 챌린지’에 올라온 비건 빵집을 소개한다. ◆ 이대역, 베가니끄(Veganique) 비건 사이에서 비건 케이크로 잘 알려진 ‘베가니끄’. 이대역 근처에 위치한 ‘베가니끄’는 계란, 버터, 우유 대신 각종 과일, 천연당, 밀가루를 사용해 만든 비건 디저트 부티끄다. 그..
[비건뉴스 서인홍 기자] 곰팡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은 습함, 불쾌함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곰팡이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식품이라면? 곰팡이 단백질은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청소를 하지 않은 욕실이나, 냉장고에 오래된 식재료의 곰팡이와는 다르다. 식품을 발효시킬 때 나오는 미생물로 최근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각광받고 있다. 곰팡이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어스와치(Earthwatch)에서 지구상의 가장 소중한 생물 5가지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과학계에서는 곰팡이를 활용·개발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켜왔다. 그 가운데 대체육을 곰팡이로 개발해 눈길을 끈다. 미국 시카코를 기반으로 한 대체 단백질 기업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는 곰팡이로 만든 햄버거 패티와 크림치즈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곰팡이 대체육(Meatless Breakfast Patties)은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도 포함돼 육류를 대체할 영양학적 프로필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자적으로 개발돼 발효 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종균 배양과정에서 균주가 자라나고 근섬유와 비슷한 덩어리로 변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백질로 개발하게 됐다. 이들은 NASA가 지원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미생물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다 푸사리움(Fusarium) 균주인 플라보라피스를 발견했고 이를 배양해 식용 가능하고 영양이 풍부한 단백질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최근 스웨덴의 멜트앤마블(Melt&Marble)도 정밀 발효 유래 소고기를 개발했다. 멜트앤마블은 식물성 지방이 동물성 지방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효모를 찾았고 식품의 식물성 지방 특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기존의 동물성 지방의 풍미, 녹는점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발효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멜트앤마블(Melt&Marble)에 따르면 이들이 개발한 발효 플랫폼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과 실제 육류 사이의 맛의 격차를 해소하고 동물성 지방을 모방한 특성을 가진 다른 맞춤형 지방을 생산할 수도 있다. 멜트앤마블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아나스타샤 크리보루치코 박사(Dr. Anastasia Krivoruchko)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식물성 식품은 ‘맛’이라는 큰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며 “정밀 발효를 통해 생산된 최초의 쇠고기 유사 지방은 식물성 고기를 더 맛있게 만드는 획기적인 제품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곰팡이를 이용한 대체육이 환경에도 도움이 될까? 지난 4일 네이처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정답은 ‘그렇다’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2050년까지 소고기를 곰팡이 기반 육류로 대체할 경우 산림 벌채의 절반을 줄이며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 다양성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곰팡이 기반 육류란, 박테리아를 포함한 다양한 미생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단백질로 맥주 제조 과정과 유사하게 포도당 및 기타 영양소를 식품 공급원으로 사용해 토양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발효시켜 강철 탱크에서 양조된다. ‘미생물 단백질’로도 불리며 실제 소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며 풍부한 영양소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원들은 이 미생물 단백질을 전체 식량 및 농업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에 반영한 결과 2050년까지 식단에서 소고기의 20%만이라도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삼림 벌채가 56% 감소할 수 있음을 밝혔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고기의 50%를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한다면 삼림 벌채와 탄소 배출량을 80% 이상 줄이는 것과 같으며 80%를 대체하면 산림 손실의 약 90%를 제거할 수 있다. 실제 육류와 비슷한 맛을 내고 똑같은 영양 프로필을 제공할 수 있는 곰팡이 대체육은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같은 양의 쇠고기를 생산할 때의 1%에 불과하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토지, 물과 같은 자원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의 주저자인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연구원인 플로리안 훔페노더(Florian Humpenöder)는 “미래에 육류를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하면 식품 시스템의 탄소발자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사람들이 미래에 채소만 먹을 수 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맛과 영양이 실제 육류와 똑같은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마주하는 제품과 음식에 탄소발자국이 기입돼 있다면 어떨까? 탄소발자국이란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탄소발자국을 상품에 기재해 소비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줄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요리별로 탄소발자국을 표기한다면 소비자들의 메뉴 선택에 영향을 주며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줄리어스 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 Maximilian University of Würzburg)의 연구원..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인간이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바다는 미세플라스틱 범벅이 되고 있다. 산림 파괴로 인해 녹지는 줄어들고 있으며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문제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영화와 연극, 대중음악계가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대중음악계 최초로 ESG 음악 페스티벌 ‘어스어스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ESG와 음악 페스티벌을 결합해 공연 문화 예술계의 방향성을 선도하는 장기적인 캠페인으로 ESG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 측은 기후위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다양한 일러스트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1분 내외 영상..
[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산업 전반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런던 왕립 예술 대학의 학생과 졸업생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디자인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애플 수석디자이너 출신의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가 영국 찰스 왕세자와 주최한 ‘테라 카르타 디자인 랩(Terra Carta Design Lab)’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콘테스트로 지난 달 첫 번째 콘테스트에서 최종 4명의 우승작이 발표됐다. 첫 번째 수상작은 학생 그룹 타이어 콜렉티브(Tire Collective)가 개발한 타이어 미세플라스틱 방출 방지 장치다. 이들은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방출되는 보이지 않은 미세플라스틱에 주목했고 이를 방지하고자 자동차 바퀴에 부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실제로 달리는 차량의 타이어 마모로 인해 일어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상당하다. 과거 한국타이어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도로에서 발생하는 타이어 마모의 5~10%는 공기 중으로 유입돼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고속도로 터널의 분진을 분석한 결과 타이어 마모입자 함량이 11~12%에 달했다. 이들은 타이어가 일으키는 정전기를 활용해 분진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가둬두는 장치를 만들어냈고 가둬놨던 분진, 즉 미세플라스틱을 새로운 타이어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순환성을 도입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두 번째 수상작은 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를 가두는 마스크다. 영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젤프(ZELP)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가운데 특히 온실효과가 큰 메탄에 주목하게 됐고, 메탄 배출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축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개발된 소 마스크는 소의 얼굴에 씌워 입으로 배출되는 메탄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바꿔 방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메탄 배출량의 최대 53%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제품은 슈롭셔(Shropshire)의 축산농장에서 마스크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세 번째 수상작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황폐해진 자연 생태계의 재조림과 복원을 돕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스튜디오 아야스칸을 운영하고 있는 쌍둥이 자매 디자이너인 베검 아야스칸(Begum Ayaskan)과 바이크 아야스칸(Bike Ayaskan)은 에어시드(Aerseed)을 선보였다. 에어시드는 음식물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주머니에 씨앗과 영양제를 담아 민들레 씨앗을 퍼트리듯이 바람에 날려보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제품이다. 낙하산이나 민들레처럼 바람을 타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설계됐고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으로 살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을 개발한 아야스칸 자매는 에어시드를 잘 활용하면 8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1000그루의 나무에 영양제를 심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향후 2~3년은 씨앗 대신 영양분을 담아 토양 재생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수상작은 아웃도어 의류를 개발하는 엠피바이오(Amphibio)의 통기성과 방수성 섬유 엠피텍스(Amphiltex)다. 보통 방수성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층으로 겹친 소재에 독성이 있는 화학적 방수 코팅작업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한 엠피텍스는 소재 자체가 방수 기능을 띠고 있어 단일 소재만으로 구현이 가능하고 나아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기에 순환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엠피바이오는 엠피텍스가 의류 이외에도 의료용 장비, 식품 포장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수상작은 총 125개의 프로젝트 가운데 선정됐다. 수상팀은 앞으로의 프로젝트 개발에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으며 5만 파운드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고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비건 옵션에 부과되는 추가금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비건과 유당불내증을 겪고 있는 고객을 겨냥해 귀리, 아몬드, 코코넛 등 다양한 식물성 대체 우유를 옵션에 추가했다. 하지만 식물성 대체 우유 옵션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영국 스타벅스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대체 우유에 최대 70센트(한화 약 700원)의 추가금을 받고 있다. 영국 스타벅스는 지난 1월부터 식물성 대체 우유에 대한 추가금을 폐지했다. 식물성 대체 우유에 대..
[비건뉴스 서인홍 기자] 바쁜 현대인들에게 예술은 안식처가 된다. 가까운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따뜻한 여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안식처가 되는 예술에 동물의 희생이 포함돼 있다면 어떨까?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는 미술용품에도,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도 동물성 원료가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는 동물성 원료로 만들어진다. 수채화에 사용되는 물감에는 황소 담즙, 벌꿀 등의 첨가제가 사용되며 붓은 토끼, 다람쥐, 사슴, 여우 등 다양한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다. 그림의 밑바탕이 되는 캔버스에도 동물성 원료가 빠지지 않는다. 캔버스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물감을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칠하는 젯소는 석고가루와 아교를 섞어 만든다. 아교는 동물성 접착제로 주로 토끼나 소의 가죽, 뼈, 창자로 만든다. 켈리그라피에 주로 사용되는 인디아 잉크(India ink)는 으깬 벌레로 만들어졌으며 오일 파스텔은 밀랍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조개껍데기로 한국화에 사용되는 흰색 안료인 호분(胡粉)을 만든다. 미대생인 김 모 씨는 “최근에는 인조모를 혼합해 만든 붓이 보편화돼 있지만, 동물의 털로 만든 붓이 더욱 고급 붓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람쥐 모(毛), 토끼 모(毛) 등 동물의 털로만 만들어진 붓은 ‘천연 붓’이라는 이름으로 달고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도 마찬가지다.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는 동물성 재료의 집약체다. 활의 뼈대는 코끼리의 상아, 동물의 뼈로 만들며, 활 털을 고정하는 슬라이드는 조개껍데기가 주재료가 된다. 활 털은 말총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접착제는 미술용품에서도 사용됐던 아교가 사용된다. 악기도 음악과 마찬가지로 동물성 재료가 더 많이 포함된 현악기일수록 고급 현악기로 인식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현악기의 현을 만들던 재료인 양의 창자를 건조해 만든 거트(gut) 현은 음색을 더욱 따뜻하고 풍부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동물성 제품을 배제하는 ‘비거니즘’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에 동물성 원료가 필수적이었던 미술 도구와 현악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윈저앤뉴튼 (WINSOR & NEWTON), 달러로니(Daler Rowney) 등 해외 유명 물감 회사들은 동물성 원료가 일절 포함돼 있지 않은 물감과 종이, 붓 등을 판매 중이다. 식물성 지방과 왁스로 만든 오일 파스텔, 합성인조모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출한 동물 털을 사용한 붓, 아교 대신 식물성 바인더를 사용한 젯소 등이 존재한다. 한편 현악기의 활을 제작하는 회사인 코러스(Coruss)는 비건 활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이들이 만든 비건 코러스 활은 말총 대신 합성 섬유를 사용해 만든 활 털에 여러 가지 색상을 염색해 특이함을 더했으며 활의 몸체는 탄소 섬유와 수지로 만들었다. 동물성 원료로 만든 활보다 비건 활의 경우 습도나 열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악기의 장력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최대 7배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 활 털을 자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영국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 ‘피쉬 앤 칩스’를 이제 비건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아일랜드의 한 스타트업에서 대구를 대체하는 ‘비건 대구 필레’를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씨앤빌리브(Sea & Believe)는 세계 최초로 식물성 대구 필레를 개발했고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디 바이오 샌프란시스코 데모 데이 2022(IndieBio San Francisco Demo Day 2022)’에서 첫 공개했다. 비건 대구 필레는 100% 식물성 제품으로 아일랜드 해초와 미세 조류를 활용해 개발했다. 최대 25g의 단백질을 함유한 영양상 프로필과 실제 생선처럼 부스러지는 형태로 실제 대구 필레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씨앤빌리브(Sea & Be..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막는 마스크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14.5%에 이르며 소는 가축 부문 배출량의 약 65%나 차지한다. 여러 종류의 온실가스 가운데 특히 메탄은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하며 84배 강력하다. 메탄이 열기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구온난화 현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악명높은 메탄을 배출하는 것이 바로 소다. 소는 반추동물로 되새김질을 하며 위장에서 메탄을 생성하는데 이때 발생한 메탄을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한다. 이에 소 사육이 필수인 축산업계와 낙농업계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의 신생기업 젤프(Zero Emissions Livestock Project, ZELP)는 메탄 배출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전환하는 안면 마스크를 발명했다. 해당 마스크를 소의 안면부에 씌우면 메탄가스를 내포한 소의 트림을 포집해 메탄보다는 지구온난화 유발 효력이 비교적 약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변환시키는 기능을 한다. 젤프는 마스크가 메탄 배출량의 최대 53%까지 줄여줄 것으로 내다봤으며 안정성 평가를 위해 현재 슈롭셔(Shropshire)의 축산농장에서 마스크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효율적으로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발명품으로 주목받은 젤프의 마스크는 최근 영국서 열린 제1회 테라 카르 타 디자인 (Terra Carta Design Lab) 어워드의 4대 수상작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해당 제품을 '비인간적'이며 '중세적인' 창조물이라고 비판했다. 동물보호단체 PETA는 "회사는 해당 제품이 편안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며 "동물을 옥죄는 마스크보다 필요한 것은 환경적으로 해롭고 잔인한 동물 농업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기후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어떻게든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축산업에 이같은 노력을 하는 것보다 지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실천 방안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5일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는 2050년까지 전 세계인 1명당 소고기 소비량 중 20%를 대체 단백질로 대체한다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꾸준한 채식은 심장병, 대장암 등 암 발병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채식의 건강상의 이로움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채식이 과체중이거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유럽 비만 회의(European Congress on Obesity)에서 발표된 해당 연구는 최소 12주 동안 완전 채식을 유지하면 16파운드(약 7.2kg)이 감소하며 혈당 조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스테노 당뇨병 센터(Steno Diabetes Cente..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우유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성장에 도움이 되며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젖소가 생산한 우유가 아닌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대체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체유는 식물성 원료로부터 만들어진 우유로 아몬드 우유, 코코넛 우유, 두유, 오트 밀크 등 종류가 다양하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감자, 고구마 등으로 만든 대체유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완전식품으로 꼽히던 우유 대신 식물성 대체유를 찾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 건강상의 요인을 들 수 있다. 한국인 등 아시아인 가운데는 우유 등 유제품을 섭취할 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약 75%가 가지고 있다는 유당불내증은 포유류의 젖 속에 들어 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lactase)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곡물로 만든 우유인 대체유는 우유와 같이 단백질 공급을 해줄뿐더러 쉽게 소화가 가능해 완벽한 대안이 된다. 소비자들이 식물성 대체유에 관심을 갖는 두 번째 이유로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우유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 폐기물은 물론이고 물, 토지 등 수많은 자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농업무역정책기구(IATP)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낙농업 회사 13곳이 1년간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이 무려 영국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다. 그렇다면 식물성 대체유는 우유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1월 옥스포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통계 사이트 ‘Our World in Data’가 발표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기관은 아몬드, 쌀, 귀리, 콩 등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유와 일반 젖소에게서 나오는 우유를 환경적인 요인별로 구분해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토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부영양화(富營養化)와 같은 다양한 환경 지표에서 비교했고 그 결과 모든 지표에서 대체유보다 우유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배 차이가 났으며 약 10배가 넘는 토지 사용량 차이가 났다. 이 밖에도 동물복지를 중요시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대체유 소비를 촉진시켰다. 인간도 임신과 출산을 해야 모유가 나오듯 젖소도 마찬가지다.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을 해야한다. 2017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우유전쟁(The milk system)’를 보면 이 끔찍한 우유 생산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낙농업자는 매일 젖소를 인공수정 시키는 업무를 한다. 젖소가 임신을 해야 영양가 있는 우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늙은 젖소는 쓸모가 없어져 도살된다. 젖소의 평균 수명은 20년 가량이지만 계속해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젖소는 더욱 빨리 노쇠해져 수명이 5년 남짓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이유로 대체유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실제로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2016년 3억9000만달러(약 4660억원)였던 국내 대체우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억3000만달러(약 633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6년에는 6억9000만달러(약 824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도 대체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은 식물성 대체우유 브랜드 ‘씰크(XILK)’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커피전문점 업계를 타깃으로 한 ‘씰크 바리스타 에디션’을 선보였다. 씰크(XILK)에 사용되는 원료는 100% 비동물성 원료이며, 모두 비유전자변형 원료(Non-GMO)를 사용해 이를 영국 채식협회 비건 인증 과정에서 인증 받았다. ‘씰크 바리스타 에디션'은 콩, 해바라기씨 단백질을 주 원료로 해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가능하며, 우유의 고소하고 깊은 맛을 대체할 코코넛 오일과 올리브 오일 등도 첨가해 완성했다. 또한 슈가애플, 비정제 원당 등으로 맛과 질감을 최대한 우유와 비슷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도 최근 식물성 대체유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 1기인 MZ세대 직원들이 만든 식물성 대체유 '얼티브 플랜트유'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발표했다. '얼티브 플랜트유'는 현미와 노란 완두콩 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음료로 유럽의 비건인증 V-Label을 취득했다. 제품은 우유보다 고소한 맛 특징이며 우유와 유사한 수준으로 필수 아미노산 8종을 함유했다. 제품은 현재 목표 금액의 3389%를 달성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최근 영국에서 쥐를 잡는 사냥 방식 중 하나인 접착제 트랩(Glue trap)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영국 주요 언론은 영국 상원이 면허 소지자 외 접착제 쥐덫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끈적끈적한 재질로 형성된 쥐덫인 접착제 트랩이 100년 만에 영국에서 사용 금지됐다. 법안은 왕실의 승인을 얻은 후 2년 후 법률로 인정받고 되며 법이 발효되면 방제업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허가 없이 접착제 트랩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만약 이를 위반할 시에는 벌금 혹은 최대 51주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접착제 트랩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비활성화된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또한 처벌 대상이다. 법안을 발의한 제인 스티븐슨(Jane Stevenson) 보수당 의원은 “대중의 접착제 트랩 사용 금지는 영국 동물복지법 강화를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접착제 트랩은 끈끈한 접착제로 이뤄져 일반적으로 쥐를 잡기 위해 설치되지만, 그 위를 지나다니는 고슴도치, 야생 조류 및 박쥐, 심지어 애완용 고양이와 같은 보호 및 멸종 위기 동물 등 다른 동물들까지 덫에 걸리도록 하는 위험성을 가졌다. 한번 끈끈한 덫에 걸리면 스스로 벗어날 수 없어 털과 살이 찢겨나가거나 심지어 뼈가 부러지거나 질식의 위험도 높다. 이에 그동안 동물보호단체는 접착제 트랩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비인도적인 사냥법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특히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이하 HSI)은 수년간 접착제 트랩의 대중 사용 금지할 것을 주장하는 ‘Unstuck’(풀려나다) 캠페인을 주도해왔다. Unstuck 캠페인을 지원한 환경운동가 크리스 팩햄(Chris Packham)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캠페인 승리를 높이 평가하며 잔인하고 불필요한 접착제 트랩이 이제 대중의 사용에서 제외돼 야생 동물을 다루는 데 더 자비롭고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촉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쥐에게 희소식일 뿐만 아니라 새, 풀뱀, 개구리, 고슴도치와 같이 의도치 않게 접착제 트랩에 갇힌 많은 희생자에게도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100번째 어린이날로 어린이들의 스테디셀러 선물로 손꼽히는 장난감 업계에서는 보다 다양한 선물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을 고르기 전에 장난감이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4년 UNEP의 보고서 ‘플라스틱 가치 평가’(valuing plastics)는 장난감 산업에 대해 매출 100만 달러당 40톤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플라스틱 집약적인 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장난감의 90%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플라스틱 장난감에는 납이나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고 이러한 유해물질 범벅 플라스틱..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가 소비 트렌드가 되고 동물의 복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의 수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앞두고 공개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에 동원된 동물의 수는 총 488만252마리로 전년 대비 73만 마리(17.8%)가 증가했다. 동물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은 조류부터 설치류, 어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마우스가 지난해 총 316만4837마리가 희생되면서 전체 동물의 65%를 차지했다. 높은 강도의 동물실험 수도 늘어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고통등급에서 가장 높은 고통인 E단계를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교육 또는 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E등급의 실험에 동원된 동물이 218만 마리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으며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D등급의 동물실험까지 더했을 경우 전체의 77.8%를 차지할 정도였다. 나날이 늘어가는 동물실험에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실험의 3R 원칙을 지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원칙으로 동물실험을 될 수 있으면 ‘대체’(Replacement)하고 사용동물 숫자를 ‘감소’(Reduction) 시켜야 하며 불가피하게 동물실험 진행 시 고통의 ‘완화’(Refinement)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앞서 살펴본 국내 동물 실험의 현황은 이러한 3R의 원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3일 오후 1시 광화문 광장에서 ‘488만 동물들의 비명과 죽음, 동물실험 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이며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 임상실험에 나타날 확률은 약 5~10%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동물실험이 비과학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3R 원칙을 철저히 지켜 E등급 동물실험을 중단하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대체시험’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미국, 유럽연합 등에서는 동물실험보다 더 안전하고 과학적인 동물대체시험을 연구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은 말 그대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 방법 또는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예측을 통해 의약품·화장품 등 화학물질의 독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최근 인체 내 생리현상을 재현할 수 있는 생체모사장기칩을 개발했다. KBSI 연구장비개발부 김정아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고속 분석용 3차원 뼈모사칩을 활용해 동물실험을 하는 대신 골다공증 약물의 효능을 정확하게 평가·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뼈모사칩을 통해 얻은 대량의 세포이미지를 KBSI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약물의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있는 이미지 판별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으며 향후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평가나 골다공증 등 골질환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아 박사는 "장기칩을 실제 동물대체시험법으로 활용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속 대량 칩 시스템 제작, 생체재료, 이미징,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가 뼈 모델은 물론 다양한 질병 모델과 신약평가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는 효율적 접근법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